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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일기

20대 뇌혈관기형으로 인한 뇌출혈, 그리고 왼편마비 운동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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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초반, 내 인생은 막 꽃피우려는 시점이었다. 첫 직장과 친구들,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에 설레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두통과 어지럼증이 나를 덮쳤다. 그날 이후, 내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뇌혈관 기형으로 인한 뇌출혈. 그로 인해 나는 왼쪽 편마비라는 큰 바위를 안게 되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두어달을 입원해 안정과 재활을 하고, 내일 퇴원을 하되 직장은 그만두라는 교수님의 말씀.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왜? 아직 젊고 건강했던 내가, 이런 큰 시련을 겪어야 한다는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던 그 순간들은 절망과 눈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재활의 길은 길고 험난했다. 처음에는 한발 한발 뗴는 것 조차 힘들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데에도 온몸의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물리치료실에서 흘린 땀과 눈물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변화가 느껴졌다. 비록 천천히 걷는 데에도 한쪽 다리가 뒤따라오는 느낌이었지만, 처음으로 온전히 내 발바닥이 땅에 다았었던 그 순간의 감격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운동을 내 삶의 중심에 두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움직임을 되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물리치료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은 헬스, 필라테스, 크로스핏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전문적이지 못한, 일반인들을 위한 운동이라 완벽히 예전몸은 되찾진 못했다. 물론 조금씩 좋아지긴 했지만.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전문재활운동센터를 찾게 되어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고작 접시 하나도 들어올리지 못했던 내가 무거운 물건들을 들어올리고, 왼쪽 어깨가 아파서 잠들지 못했던 것이 이젠 왼쪽으로 돌아누워도 편히 잠든다. 몇년전엔 상상도 못한 왼손 운전도 하곤한다. 

이런 것들을 못한다는 것을 최대한 숨기고 살아서 남들은 이 성취감을 알 지 못하지만 나는 안다.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지를. 지금 타자를 칠 수 있는 것, 뿐만 하니라 타자속도와 손의 감각도 얼마나 많이 나아졌는지.

 언젠가 내가 좋아진다면 기록해야겠다 생각한 나의 재활일지를 이제 시작해보려고 한다.

혹시 누군가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나를 보며 희망을 갖기를.

 

 

 

한때 모든 것을 잃은 듯했던 내가, 다시 살아가고 사랑하며 꿈을 꾸는 이야기.

 

시작.

 

 

 

크리스마스를 그리며 설레는 마음처럼, 더 나아질 나를 상상하며 매일을 설레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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