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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마비환자가 네일샵 단골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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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손톱을 깎았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겠지만, 내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편마비로 인해 왼손에 힘이 거의 없어서 손톱을 깎는 일이 참 어려웠다. 예전에는 오른손으로 도구를 들고 겨우 시도하다가 손톱깍이를 떨어뜨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속상하기도 하고 스스로 더 위축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네일샵에 다니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그곳에서 손톱을 깔끔하게 정리받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왠지 내가 돌봄을 받는 느낌이라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특히, 손톱을 다듬어주던 원장님의 섬세한 손길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이렇게 혼자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드디어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었다. 재활치료를 받으며 손에 힘을 기르고 움직임을 조금씩 되찾아온 덕분이다. 사실 처음엔 조금 두려웠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또 손을 다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천천히, 한 번에 조금씩 시도해보니 어느새 손톱 하나를 깎았고, 그다음 손톱도 깎았다. 그렇게 열 손가락을 깔끔하게 다듬고 나니 묘한 성취감과 뿌듯함이 몰려왔다.

네일샵을 다니며 도움을 받던 시간들도 소중했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내 손톱을 깎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큰 자신감을 준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오늘 새삼 느꼈다. 물론, 여전히 어려운 일도 많겠지만, 이렇게 하나씩 해내다 보면 조금 더 독립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네일샵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그곳에서 받았던 친절과 도움은 잊지 못하겠지만, 오늘 내 두 손으로 이뤄낸 작은 성취가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끝내고, 이제 왼손으로 깎아낸 내 손톱을 한 번 더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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